버린다는 행위에는 전제가 있다. 내 손을 떠나면 끝난다는 것. 쓰레기통에 넣거나, 바다에 흘러가거나, 땅에 묻히면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폐기라고 부르는 행위는 사실 하나의 믿음이다. 인간의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거나,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
그러나 버려진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연을 만난다.
자연은 인간처럼 판단하지 않는다. 이로움과 해로움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살리기 위해 애쓰거나 죽은 것을 피하려 하지도 않는다. 선악의 기준으로 반응하지도 않는다. 그저 존재하게 된 것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여 다음 상태를 만들 뿐이다. 플라스틱을 쪼개 미세 물질로 풍화시키고, 오염을 물과 땅과 생명의 몸속으로 순환시키고, 배출된 탄소를 받아들여 기후를 바꾼다. 자연은 인간이 말하는 회복이나 복원을 목표로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가는 대신,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능한 것들을 쉼 없이 작동시켜 나간다. 그렇다면 자연은 배경이 아니다. 인간이 남긴 것들을 받아들여 다시 세계를 써 내려가는 주체다.
이 전시는 그 작동을 보여준다. 의도도 판단도, 거부도 없이 인간이 버린 모든 것을 다루는 자연을. 그리고 그 순환이 결국 인간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방식을.

바닥에 펼쳐지는 영상 작업 〈같거나 다른〉은 자연이 암석을 빚는 공정이 플라스틱 위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추적한다. 마그마가 식으며 굳어지는 방식, 표면 조직의 형성, 풍화의 양상 — 화성암을 만드는 과정이 플라스틱에서 되풀이되면서, 둘의 외형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아간다. 천연석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면, 뉴 락은 불과 수십 년 만에 그 자리에 당도했다. 외형은 닮았지만 기원이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이후 자연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인간이 만든 물질은 자연의 바깥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자연의 작동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간은 자연을 대한다. 자연도, 인간을 대한다〉는 그 작동을 구체적인 사례들로 펼쳐 보인다. 인간이 만든 것은 멈춰 있는 폐기물이 아니다. 자연에게 그것은 새로운 재료다. 어떤 것은 뉴 락처럼 물질로 굳어 지질학적 흔적이 되고, 어떤 것은 생명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몸을 새롭게 만들고, 어떤 것은 한 번도 없었던 생존의 조건이 된다. 버려진 것이 물질이 되고, 몸이 되고, 조건이 되어 가는 과정. 이 공간은 자연이 인간의 흔적을 어떻게 수용하고 다시 배열하는지를 손글씨 텍스트와 표본,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내부 공간 〈버려진다는 것은 곧, 자연에 놓인다는 것〉에서는 설명이 사라진다. 모래 위의 뉴 락, 그 곁에 피어난 식물들, 흘러드는 자연의 소리. 바람이 플라스틱 돌을 풍화시키고, 물은 인공을 품고, 식물은 그 옆에서 자란다.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인공인지 구분되지 않은 채, 모든 것이 함께 놓인 이 풍경은 오늘날의 자연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에 가깝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자연의 바깥에 서 있다는 믿음이 조용히 흐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Bang〉은 이 모든 흐름을 하나의 순간으로 압축한다. 수백 점의 뉴 락이 흰 벽면 가득 퍼져나간다. 폭발처럼, 혹은 폭발이 멈춘 직후처럼. 인간이 내뱉은 것은 자연의 순환을 거쳐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인간이 바꾼 기후는 인간 자신의 삶의 조건을 다시 바꾸어 놓고, 인간이 남긴 물질은 자연 안에서 새로운 상태가 되어 인간 앞에 다시 나타난다.
인간은 자연을 대한다. 그러나 자연도, 인간을 대한다.
이 전시는 인간을 자연 바깥의 주인으로 놓지 않는다. 인간 역시 자연의 작동 안에서 영향을 받고, 다시 조건 지어지는 존재다. 우리가 버렸다고 믿은 것들이 자연 안에서 순환하며 우리 자신에게까지 이어지는 세계. 이 전시는 그 되돌아온 작동을 보여준다.
장한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지를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생산 시스템이 남긴 결과물이 단순한 폐기물로 사라지지 않고, 자연의 과정 속에서 변형되며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는 방식에 주목해 왔다. 이러한 관심은 수집과 관찰, 조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사진,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었다.
장한나의 대표 작업인 〈뉴 락 New Rock〉은 자연 속에서 풍화와 변형을 거치며 암석처럼 변화한 플라스틱에 관한 프로젝트다. 작가는 전국 해안과 여러 장소에서 이 물질들을 수집하고, 이를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 이해해 온 기존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동시대의 표본으로 제시한다. 뉴 락은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면서도 이미 자연의 순환 속에 편입된 존재이며, 장한나는 이를 통해 오늘날 자연이 더 이상 인간 바깥의 순수한 영역으로만 남아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작가는 개인전 《뉴 락》(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23), 《신자연의 탄생》(무대륙, 2023), 《신자연, 신대지미술》(칠성조선소, 2024) 등을 이어왔으며,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2025),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백남준아트센터, 2025), 《무등: 고요한 긴장》(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 2025)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