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리
Artist | 김준

김준은 도시와 자연, 그리고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작업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와 필드 스터디(field study)를 기반으로, 특정 장소에서 채집한 음향을 공간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소리는 단순한 청각적 대상이 아니라, 환경과 시간, 기억이 축적된 흔적이자 장소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형성하는 매개로 작동합니다

 

그는 한강, 을지로, 난지도 등 변화하는 도시 공간과 DMZ 접경지역을 비롯해 개발과 재생, 단절과 긴장이 공존하는 장소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채집된 소리와 이미지는 인간의 개입과 부재, 정치적 긴장과 생태적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환경의 층위를 감각적으로 가시화합니다. 특히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수집된 소리를 병치하거나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다층적인 시간성과 공간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유도합니다.

 

김준의 작업은 청취 경험의 구조화에 주목합니다. 그는 인간의 가청 범위를 넘어서는 진동, 전자기적 신호, 환경적 공명을 물리적·전자적 방식으로 채집하고 이를 가변적인 설치 형태로 재구성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보이지 않는 환경의 흐름과 잔향을 드러내며, 관람객이 소리를 소비하는 대신 그 안에 머무르며 자신의 감각을 재인식하도록 만듭니다. 작가는 이러한 접근을 ‘청각의 시각화’로 정의하며, 사운드를 통해 환경과 감각, 인식의 관계를 재구성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특정 장소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환경, 인간의 경험을 호출하는 구조로 기능하며, 지질학적 조건과 생태,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을 감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피드백 필드, 2012, 복합매체(스피커, 앰프, 목재, 이미지, 8채널 사운드), 800x800x100cm ©JoonKim

 

대표작 〈피드백 필드 Feedback Field, 2012〉는 독일의 역사적·사회적 맥락과 산업 구조에 대한 현장 리서치를 바탕으로, 비가시적 음향 현상이 인간의 신체와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작업입니다. 전자기 신호와 비가청 영역의 진동을 가청화하는 과정을 통해, 소리가 환경 인식의 핵심 요소로 작동할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또한 〈숨겨진 보물들 The Hidden Treasures, 2025〉는 DMZ 인근 민간인 통제구역과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소리를 기반으로, 분단이라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보존된 생태적 시간과 풍경을 드러냅니다. 이외에도 〈에코시스템 :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 Ecosystem: Signals of City, Signals of Nature, 2018〉는 다양한 도시와 자연 환경에서 수집된 소리를 아카이브 구조로 배열하여, 서로 다른 장소의 음향적 특성과 감각적 대비를 탐색한 작업입니다.

 

숨겨진 보물들, 2025, 복합매체(스피커, 앰프, 목재, 이미지, 다채널 사운드), 가변 설치 ©JoonKim

 

에코시스템 :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 2018, 복합매체(스피커, 앰프, 목재, 이미지 북, 건조된 식물, 탁본, 다채널 사운드), 가변 설치 ©JoonKim

초기 작업 역시 장소 특정적 사운드 설치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가공된 정원 Instant Landscape, 2013〉은 난지도라는 인공 생태 공간을 다루며 인간이 조성한 자연의 역설을 드러내고, 〈장소의 발현 The Phenomena of 51.482008-0.144344, 2015〉은 도시 인프라 구조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도시의 층위를 탐색합니다. 〈숨 Breath, 2014〉은 유휴 건축 공간에 축적된 공명과 잔향을 드러내며 건축과 음향의 관계를 탐구한 작업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소리를 통해 장소의 물리적 조건뿐 아니라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함께 드러내는 시도로 이어집니다.

 

숨, 2014, 복합매체(스피커, 앰프, 목재, 석고보드, 철, 흙, 2채널 사운드), 가변 설치 ©JoonKim

 

최근 그의 작업은 뉴질랜드 남섬과 호주의 숲 등 환태평양 조산대의 생태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발리와 롬복을 포함한 월리스선 일대에 대한 탐구는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경계 속에서 형성된 종교와 문화의 사운드스케이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질학적 조건과 생태, 인간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려는 시도로, 그의 작업 세계를 보다 확장된 차원으로 이끕니다.

 

김준은 《남겨진 잔향》(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제2취수장, 2025), 《에코 로그: 자연의 시간》(KAIST 미술관, 2025), 《감각의 저장(Reservoir of Senses)》(백아트, 2024), 《템페스트》(송은아트센터, 2022)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언두 플래닛》(BACC, 방콕, 2025), 《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2025), 《자연스럽지 않다면》(대청호미술관, 2025)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레지던시(2023), 강릉레지던시 Far East(2024), 금천예술공장(2019),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2) 등에서 활동했으며, 2018년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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